* 12회 디페(18년 5월 5일)에 낼 예정인 히어로즈 플랜 비(히플비, HPB) 일렉얀일렉 책의 샘플연재 시작합니다
* 이 글은 시오님(@Bagak_H)과의 썰핑퐁 중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으며, 일부 대사와 장면은 허락을 구한 후 차용되었습니다. 해당하는 파트 명시는 본책 및 최종인포에 표기될 예정입니다. 소중한 아이디어 사용하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적당한 분량이 쌓일 때까지 비정기적 연재를 거칩니다. 또한 이 샘플은 탈고 전이기 때문에 문장이나 장면 등은 가필수정될 수 있음을 미리 알립니다.
* 샘플 3,4화는 레코딩 보고서를 옮기는 형식()으로 도전해봅니다. 아예 새로운 방식으로 써보는 것이라서, 코멘트가 있다면 멘션이나 디엠, 덧글 등을 남겨주시면 정말로 감사하겠습니다(mm
이하는 국장령으로 수행된 E. C. 에 대한 보고서 일람이다. 해당 문서는 단 1회의 열람만 가능하며 열람 후에는 자동으로 파기된다. 최종 소견은 명령 시행자인 국장 권한으로만 입력 및 저장이 가능하다.
생체 인식, 시작. 홍채 인식―. 지문 인식―. 목소리 인식. 화면에 표기된 문장을 읽어주십시오―. Ian Davis. 일치 확인. 보고서 열람을 시작합니다.
1호 - Team Heroes
엥, 이건 또 뭐야? 보고서를 이렇게 녹음해? 와, 국장이란 사람 엄청나네요. 이런 거 막 해도 되나? 원래 맨 정신으로 있는 자리 아니라고 하잖아. 저기, 여러분. 이거 벌써 켰는데.
(잠시 동안 소란스러운 목소리가 겹쳐 들린다)
흠흠, 델릭. 이런 건 말하고 켜야지. 너랑 내가 미션 보고 하는 거 아니잖아? 그럼 시작합니다.
국장한테 바로 올라가는 거니까 그냥 편하게 말해도 되는 거지? 코드네임 대라고? 아니, 알았어. 거참. 일렉 걘 이런 귀찮은 걸 했단 말이지. 코드네임 안티 레이디. 보고 합니다~. 저번 사고 후에 대충 삼 주는 지났고 같이 지낸 것도 그만큼인데 걔 가끔 버벅이는 거 빼고는 알고 지내던 느낌 그대로라. 아, 그래 다른 건 있다. 그, 왜. 말투가. (주변에서 그렇지, 같이 호응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그치, 나만 느낀 거 아니지? 말투가 엄~청 부드럽달까. 아냐, 약간 부잣집 도련님 같은 느낌이 나. 빡치면 반사적으로 욕도 하고 그렇긴 한데, 날 선 게 많이 죽었어.
코드네임 사이키 델릭, 이어 서술합니다. 캡틴은 처음에는 우리도 못 알아봐서 미안하다고 하더니 곧장 남아있는 데이터베이스를 읽어서 외워오는 정도의 성실성도 보여주었습니다. 효과도 톡톡히 봤고, 기술부에서 보여준 CCTV를 보고는 왜 자기 언어 습관이 저렇게 파탄 났냐고도 하더라고요. 음, 그리고 동생 분 건에 대해서는, 얼추 기억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자기가 발현했던 시기의 기억은 없지만 올리비아가 아팠던―그렇게 표현하더군요―게 내츄럴로서의 능력발현이란 걸 알고는 사기 당했다면서 화를 내더군요. 제가 얼핏 들었던 내용은, 기억 못하는 것 같고 서류에도 존재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스타체이서에 대한 적대감은 예전하고는 다르지만 여전하고요. 음, 다음은 누가 할래요? 로우?
엥? 나요? 나도 해요? 그럼요. 같은 팀인데. 그래그래, 너 여기 있어도 괜찮으냐고 물었잖아. 뭘 새삼스럽게. 야야, 얘 또 우네. 누가 티슈 좀 가져―. 바니, 생큐. 자, 여기.
(잠시 훌쩍이는 소리, 티슈가 바스락대는 소리가 난다)
좀 진정 됐어? 네에. 일렉이 전에 델릭 얘 생각보다 울보라고 했었는데 우리 팀 울보는 따로 있었네. 놀리지 마요, 안티. 나 상처 받는다? 에베베, 싱글벙글 웃고 있고만 뭐. 저기, 저희 이거 레코드 켜져 있어요. 아차, 까먹고 있었다. 거, 미안합니다, 국장!
어, 생각해보니 저는 코드네임 같은 거 안 받았는데요? 그냥 해요? 네에, 뭐. 그럼. 흠흠, 타임패트롤인 로우쨩이에요. 우리 캡틴 보고서를 기록 중이고, 음 사실 이번엔 무서워서 앞을 안 읽고 왔긴 하거든요. 할 말이 있나? 아니, 왜 또 뭐라구 해요. 인생 스포일러는 하지 말라면서요. 아, 네네. 사실 딱 하나 본 게 있는데, 알잖아요. 미래는 선택의 중첩으로 완성되는 거. 내가 말할 때만 뭐라고 해. 힝입니다. 악, 알았어요, 알았어. 진짜 제대로 할게요. 그런데 제가 이런 말 했다는 거 진짜 비밀이에요. 지금 여기 있는 캡틴은 다른 분기에 있는, 그러니까 평범하게 자랐다면 이렇지 않을까―하는 캡틴한테 가까워요. 완전히 같은 건 아니니까, 그 점은 확실히 해두시고. 괜히 내 말 때문에 당신이 정신 놓으면 안 된다구요. 로니한테 혼나. 그래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은요, 선택을 잘 해요. 기준은 하고 싶은 거여도 좋고, 옳다고 판단하는 거여도 좋아요. 명심할 건 미래를 구성하는 선택은 절대 한 사람의 몫에 달려있지 않다는 거.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다 했어요. 다음은 바니?
네에네에, 코드네임 레트로 바니. 국장명령으로 시행한 보고의 마무리를 캡틴 대리로서 수행합니다. 팀의 종합 의견은 국장님이나 기술부장이 걱정했던 점과는 달리 캡틴은 이 상황에 잘 적응하고 있다는 겁니다. 지난주의 가벼운 임무에서도 팀워크에는 이상이 없었고, 인간관계를 새로 외우거나 쌓아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그다지 난색을 표하지도 않았습니다. 이 점은 마리니 선배님이 확인해 주셔야겠지만요. 그리고 팀원 개인으로서 코멘트를 붙이자면, 약간은 알기가 쉽고 심심한 사람이 됐네요. 이상. 팀 히어로즈의 보고였습니다.
추신. 이런 거 더는 시키지 마요.
2호 - Leader Dexter
에이전트 팀 리더 덱스터 앤더슨. 보고 시작합니다. 팀, 르네. 자꾸 기웃대지 좀 마라. 그레이엄, 넌 또 뭘 건드리고 있어!
큼큼, 죄송합니다. 아직 이 친구들이 철이 없어서.
그럼 닷새 전에 있었던 팀 히어로즈 백업 건에 대해 보고 드리겠습니다. 당일 참여한 미션은 레돌리아 시티 동부에 위치한 칼론kalon 항구에서 마약밀매 현장을 검거, 해당 물량을 회수하는 것이었고 밀매 조직 내에 내츄럴이 있다는 보고가 존재해 팀 히어로즈를 주축으로 저희 팀 외 두 팀이 백업을,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현장 고문으로 레비 윌크 및 아모레 마리니가 동행한 중급 규모의 임무였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션은 깔끔했습니다. 캡틴의 지시 판단이나 연계는 이전과 크게 다를 데가 없었구요. 시간이 쌓은 호흡은 역시 잃어버렸지만 그 부분은 분명 복구됩니다.
(잠시 주변에서 시끄럽게 우당탕 소리가 난다. 뭔가가 수취구를 덮은 듯 하다. 덱스터의 목소리가 먼 데서 들리는 느낌)
얘들아, 떠들지 좀 말아라? 팀장님은 보고 중이다. 어휴, 저놈들도 지금의 캡틴만큼 좀 얌전했으면 싶네.
여튼 보고를 계속 합니다. 국장님이나―내츄럴즈 분들이 걱정하는 그런 조짐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본인이 내츄럴이라는 사실도, 그 능력을 어떻게 다뤄야하는 지도 잘 알고 있었고, 임무 초기에 만났을 때 처음 보는 사람이니까 어색했던 것만 빼면 다 똑같았습니다. 있었으면 솔직히 현장에서 발각됐을 거 아닙니까.
그리고 탁 까놓고 말해서, 이 보고의 목적을 저는 모르겠습니다. 가감 없이 사견을 덧붙여도 된다? 이건 국장님 스타일이 아닌데요. 공과 사는 그래도 구분을 짓던 분이 말입니다. 뭐, 그 첨언도 명령의 일부라고 판단하고 이 이하로는 팀장이 아니라 저 개인으로의 코멘트를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팀원도 포함해서요. 너네들도 뭐, 남길 말 있냐? 이런 류의 보고는 국장 직속에다 파기까지 돼서 뭘 말해도 되거든. 오오냐. 알았다. 짜식들, 그정도의 배알도 없―
(갑자기 뭔가 덜컥인다)
그레이엄 헤일로, 보고합니다. 덱스터, 왜요. 해도 된다면서요. 야, 이눔자식아. 암만 그래도 그렇지 그렇게 덥썩 가져가냐? 일단은 보고거든? 팀장도 해봤다는 자식이. 아, 이거 보고였어요? 그럼 내가 아까 떠들던 건 뭐라고 생각한 건데. ... 뭐야 왜 말이 없어. 진짜로 말해요? ...아니 됐다. 얼른 말 하고 넘겨라. 팀이랑 르네 코멘트까지 합쳐서 말하던가.
그럼. 다시, 그레이엄 헤일로. 국장명령을 받고 보고합니다. 저를 포함한 덱스터 팀장님 휘하 세 명의 의견은―지금의 캡틴은 별로 재미가 없다는 겁니다. 어떻게 좀 돌려주세요. 이상. 야, 뭐하는 거야! 내가 그렇게 말했냐? 그래, 똑바로 옮기라구! 시꺼, 보고는 짧고 명확하게. 안 배웠냐. 그레이엄, 넘겨라.
―네, 저건 저희 팀 말썽쟁이들의 의견이고. 제 입장은 전술전략적인 면에서의 일렉트리컬 캡틴은 전혀 손실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인간적인, 그러니까, 미션 외적인 걸 잃어버린 거죠. 저희는.
국장님이 바라는 보고가 이 안에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뭐, 건투를 빕니다. 무슨 생각인지는 몰라도 국장님이 이곳에 몸담기로 한 걸 후회하게 만들 사람이 아니라는 건, 내가 제일 잘 알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