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통판완매/얀일렉] aeternus
* 18.07~ : 한끝님에게서 위탁받아 통신판매 진행 / 완료
* last up : 180722
aeternus
☆ 사양안내
- 히어로즈 플랜 비(히플비) : 얀일렉단
- 뱀파이어 데이비스 형제 & 뱀파이어 헌터 일렉
- 국판(A5), 총 편집 최종적으로 134p
- 총 10 챕터 & 두 분의 축전 포함
- 1권 당 10,000원 (통판 시, 3,500원 추가)
- 약간의 텍스트 고어를 포함(한끝님 @14080812 에게 문의바람)
- 알렉산드로 사피나의 'Luna' 라는 노래의 가사를 차용한 대사가 있음
★표지샘플
☆본문샘플
* 큰 오탈자를 발견하지 않는 한, 최종 편집본이며 챕터 1&2를 올립니다
챕터 1. 거짓말
“아무도 없어요.”
처음으로 헌터 일을 하다 거짓말을 하였다. 그날은 막내로서 뱀파이어가족을 사냥하려 가는 날이었다. 마지막까지 씨를 말라버릴 생각으로 저택 이곳저곳을 찾으려 돌아다니는 와중에 내 앞에 나타난 것은 똑같이 생긴 눈물이 고여 있는 에메랄드의 두 아이였다.
“형….”
“괜찮아. 다니엘.”
자신을 발견하고 서로 부둥켜서 동생을 지키는 아이 하나. 형에게 기대는 아이 하나를 보고 생각나는 것은 너였다. ‘올리비아.’ 차마 말을 할 수 없는 너의 이름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과거의 죄책감은 나에게 ‘거짓’이라는 말을 속삭였다.
“아무도 없어요.”
땅바닥에 피로 글자를 쓰고 말았다. ‘살고 싶으면 조용히 해.’ 나는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바닥에 쓰인 글을 보고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안쪽에 숨어있어. 이따가 다시 올 테니.’ 또 다른 글을 썼다. 아이들이 알아들었다는 듯이 안쪽 옷장으로 몸을 숨겼다. 발로 바닥에 쓰여 있는 글들을 지웠다.
“일렉.”
“아 아무도 없어요. 밑에 있는 것들이 다 봐요.”
“그러냐?”
“이만 돌아가요.”
“정말?”
떨렸다. 안쪽의 옷장으로 선배헌터가 갈까 봐. 제발. 제발. 꿀꺽 마른 침이 삼켜졌다. 잠시 안쪽으로 바라보다가 일렉의 어깨를 두드리고는 “수고했다. 돌아가자.”라고 말을 건 선배헌터를 보고 일렉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마지막으로 불타는 뱀파이어의 시체들을 보고 일렉은 저택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돌아가는 헌터들. 돌아가는 척하는 자신. 그리고 그 자신을 기다리는 그 두 아이. 자신의 앞으로 지나가는 어린 올리비아는 웃었다.
“나와. 혼자 왔으니깐.”
조금 시간이 지나가고 조용히 저택으로 돌아왔다. 피 냄새가 강렬한 곳에서 위층으로 올라가서 그 옷장이 있는 방의 앞에서 말했다. 살짝 열리는 옷장 틈으로 아이들이 나왔다. 빌어먹을. 옛날의 생각이 드는 그의 모습에 총을 내려놓고 손수건으로 아이들의 얼굴을 닦아줬다. 겁먹어서 움찔하는 순간에서 서로의 손을 잡고 있는 아이들은….
“이름.”
“…….”
“이름.”
“다니엘 데이비스요.”
“다니엘!”
“그래.”
다니엘이라고. 손수건으로 닦아주니 꽤 반듯하게 생긴 아이들이었다. 손수건으로 챙기고 총을 챙기니 형으로 보인 아이가 다니엘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아이를 뒤로 챙겼다.
빌어먹을. 과거의 죄책감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모습에 뒤를 돌았다.
“따라와.”
“어떻게 믿고요.”
“그럼 여기서 뒈지든가.”
“그건…!”
“아니면 따라와.”
끝내 자신은 그 저택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나왔다. 돌아가는 와중에도 자신을 경계하는 아이에게 “너 이름은 뭐냐” 라고 물으니 노려보기만 하고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어릴 때 자신과 똑같은 반응에 절로 담배가 생각났다. 다니엘이라는 꼬마가 “이안 데이비스여. 제 형인데요.”라고 뒤에서 말했다. 이안이라는 꼬마가 뭐라 하는 사이에 조용히 로브들을 아이들에게 던져주었다.
“몸이나 가려. 일단 조용히 하고 따라와. 다니엘. 이안.”
사실 나 자신도 왜 그때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주었는지 모르겠다. 자신들의 이름을 불러주다가 나를 올려다보았다. “뭐야. 이름 불러주지 말라고?” 경계하는 사이이니 그런가 보다 하고 말을 걸었다. 하지만 대답은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대답이었다.
“이름으로 불러줘요.”
이름이 불렀다는 것이 감동인지 다니엘이라는 아이의 표정이 밝아졌다. 왜? 빌어먹을. 낮게 욕을 내뱉고는 아이들을 데리고 제집으로 들어갔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느껴지는 삭막함에 아이들은 서로 더욱 붙였다.
“다니엘 내려놔요!!!”
“아씨. 이 꼬맹이가!”
자신에게 경계를 덜 하는 다니엘의 손을 잡고 끌고 가자 이안이라는 꼬맹이가 이를 들어내면서 덤볐다. 아직 성체도 아닌 꼬맹이가. 욕실에 다니엘을 넣고 이안을 들어서 던져놓았다. “씻고 나와.” 그리고 문을 닫았다. 귀찮은 일이 생겨버렸다. 빌어먹을. 오늘은 계속 빌어먹을 일만 생긴 것 같다. 마른세수하던 그는 거실로 돌아갔다.
“그래. 좀 씻겨 놓으니 사람 같네.”
자신의 말을 듣고 뚫어지게 자신을 쳐다보는 형제에게 “뭐.” 다시 물어보니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이렇게 헌터주제에 뱀파이어 아이들을 거두게 된 하루가 지나갔다. 만약에. 만약에 미래의 자신이 이것을 그리 후회하게 된다는 것을 모르고 그는 빈방으로 아이들을 밀어 넣었다.
“여기 있는 동안은 너희는 인간이야. 만약에 들켜서 죽어도 난 모른다. 알겠냐?”
“우리가 들키면 당신도 위험하잖아요.”
꼬맹이의 말에 그는 아무 말 하지 못했다. 꼬맹이 주제에. 잘도 알고 있네. 아랫입술을 깨물던 그가 말했다.
“꼬맹이들은 그런 것까지 알 필요 없어.”
문이 닫혔다. 마른세수하면서 그도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올리비아’
그날 꿈속에서 올리비아 웃으면서 나왔다. 너와 언제 갔던 꽃들이 널리 퍼진 들판. 바람을 따라 하얀 꽃잎이 멀리 퍼져나가는 그 들판에서 넌 웃으면서 말했다. 뭐라고 말하는 거야? 바람 소리 때문에 들리지 않아.
“거짓말쟁이.”
들판을 이루는 하얀 꽃이 국화가 되었고 피를 머금고는 피안화가 되었다. 그녀 주위에서 퍼져나가는 붉은 혈 향에 절로 울음이 터져 나왔다.
‘올리비아. 올리비아. 미안해. 정말 미안해.’
“미안해 올리비아.”
나를 반기는 것은 삭막한 방 안이었다. 아니 삭막한 방안이 아니었다. 또렷하게 돌아온 시야에 잡히는 것은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무엇인가였다. 인식하자마자 베개 밑에 넣어둔 총을 꺼냈다. 어둠 속에서도 반짝이는 은색 총구가 노려진 곳에서는 아까 데려온 아이들이 있었다.
“빌어먹을 놀랐네. 뭐냐”
“그….”
총구를 보고 오들거리면서 떨고 있는 아이들을 보고 혀를 차고는 베개 밑에 다시 총을 넣어두었다. 도대체 방안에 넣어둔 아이들이 왜 여기까지 들어와서 서 있는 거야. 문이 열리는지도 모르고 잠들었다는 것이 치명적이네. 입술을 잘근거리면서 씹고 있으니. 다니엘의 눈에서 눈물이 터졌다.
“ㅈ…. 죄송해요.”
“울지 말고. 도대체. 너희 둘은 왜 여기 있는 것이냐고.”
“그…. 그….”
“진짜 울지 말고 말을 해. 이 녀석들아.”
“무서워요.”
이안이라는 꼬마 입에서 드디어 말이 나왔다. 억지로 울음을 참고 있는 모습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오늘 죽을 뻔한 아이들이다. 눈앞에서 가족들이 살해된 것을 보았다. 그 어둠 속에서 서로에게 의지하고 숨어있던 아이들이었다.
‘올리비아.’
아무 말을 할 수 없었다.
아무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올리비아. 이 아이들은 우리를 닮았어.
“…. 하아. 이리와.”
그는 아이들을 불렀다. 머뭇거리며 가기를 고민하던 아이들은 조심히 그가 있는 침대로 다가갔다. 마른세수하던 그를 보고 아무 말 하지 못하니 일렉은 이 말만 할 수 있었다.
“이번만이야.”
허락의 말이 떨어지자 아이들은 그의 품을 파고들었다. 그의 체향은 마치 달콤한 혈향. 아이들은 그리 생각하였고 그들의 하루가 지나갔다.
*
오랜만에 아침까지 푹 자버린 날이었다. 자신의 양쪽에서 자고 있는 아이들을 보고 일렉은 눈만 깜빡거리면서 한 차례 지나가는 노곤함을 쫒아냈다. 어제의 일이 꿈이 아니구나. 아침에 일어난 그의 첫마디였다.
“일어나.”
“조금만 더요….”
꼼지락거리면서 자신의 품에 더욱 들어가는 두 아이를 보고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짜증 나” 심정은 나쁜 사람이 아니기에 아이들의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나왔다. 마지막까지 이불을 덮어주고는 방을 빠져나갔다.
“아. 먹을 것이 없다.”
머리를 긁적이고는 아무리 찾아도 먹을 식량이 없는 것을 확인 사살 당하자 어찌할 수 없지. 장를 보러 나갈 수밖에 없었다. 뭐 조금은 괜찮겠지? 현관문을 잡고 아이들을 자고 있는 자신의 방을 한 번 쳐다보고 그는 나갔다. 안일한 그의 착각이었다.
“응...?”
장을 보고 돌아온 집에는 평소와 다른 직감이 들었다. 설마. 언제나 품고 있던 총을 들었다. 자신의 체온에 의해서 따뜻하게 데워진 총을 들고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는 발걸음을 내디뎠다. 삐꺽거리는 마루를 지나 자신의 방 손잡이를 잡고 문을 열었다. 그 순간 방 안에서 나오는 것은 두 명의 아이였다. 순간적으로 들러붙은 아이 때문에 균형을 잃고 바닥 풀썩 주저앉았다.
“아씨. 아파 죽겠네. 너희들 도대체….”
엉망이 된 방 안을 보고 한숨을 내쉬고는 아이들에게 한소리를 하려고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빛에서 보이는 것은 오직 ‘공포’였다. 할 말을 잃었다. 벌벌 떨려오는 손으로 제 옷깃을 잡더니 다급하게 말해왔다.
“우리 버리지 마요. 제발. 버리지 마요.”
“버리지 마요.” 계속 그 말만 반복해서 말해왔다. “미안해.”라고 말해주면서 벌벌 떨고 있는 아이들은 안아 줄 수밖에 없었다.
“미안해.”
“제발 우리를 버리지 마요.”
사실 궁금해 있다. 과연 이 ‘미안해’는 누구에게 말하는 것일까. 내 앞에서 떨고 있는 아이들? 아니면 놓아버린 올리비아. 너일까? 조금은 궁금해. 누구인지를. 나는 누구에게 사과했을까. 도대체 나는 누구에게 사과해야 하는지도 궁금해.
“진짜 미안하다고. 너희들이 자고 있어서 잠시 장 좀 보고 온 거야.”
“…….”
“나 청소 좀 하게 놔줄래?”
“…….”
“야 너희들 정말.”
한동안 품 안에서 울던 아이들이 제 옷깃을 잡고는 한시라도 떨어지지 않았다. 청소해야 하는데. 엉망인 방을 청소하는 와중에도 떨어지지 않은 아이들에게 사정도 말해보고 협박도 해보고 회유도 했다. 변함이 없었다. 아니 더욱 놓지 않겠다는 듯이 잡은 옷깃을 세게 쥐었다. 그 모습을 보니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다. 단 하루다. 하루 만에 경계가 풀어진 모습에 그는 혼란스러웠다. 어찌 보면 자신은 원수 아닌가? 그런데 왜…?
“너희는 도대체 왜…”
완성되지 않은 물음이었다. 아니 완성이 될 수 없는 물음이었다.
한동안 생활이 되지 않을 정도로 제 곁에 붙는 아이들 때문에 밖을 나가지 못했다. 조금만이라도 밖에 나갈 준비를 하면 세상 잃은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두 에메랄드에 욕을 하면서 나가지를 못했다.
*
“도대체 왜 이렇게 날 잡냐?”
어느 날 답답함에 아이들은 앉혀놓고 물어보았다. 주저하면서 서로의 눈치를 보던 아이들이 고개를 숙였다. “말해봐. 말 안하면 나도 그냥 나가버릴 거야.” 자신의 말을 듣고 숙인 고개를 들어본 아이들은 또다시 울음이 터졌다. 도대체 왜 울어! 답답함에 윽박지르고 말았다. 아차. 한순간에 억지로 입들을 막으면서 울음소리를 막는 아이를 보고 할 말이 없었다.
“하지만. 하지만. 나가서 안 들어오면 우리는 어쩌라고요!”
이안이 울음소리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도대체. 어이없는 이유에 할 말이 없어 바라만 보니 다시 크게 울기 시작했다. “그래 미안해. 내가 잘못했다.” 그렇게 흐지부지하게 넘어가 버렸다.
“좋아. 나는 정말 시장만 보고 올 거고! 다시 분명 온다고! 알았지?”
“…….”
“정말. 너희들 대답 안 하냐?”
“다녀오세요...”
장장 한 달이라는 시간 만에 드디어 나갈 수도 있었다. 구름이 끼어있는 하늘을 보고 “한 달 만이네.”라고 중얼거렸다.
챕터 2. 열병
“일렉. 바빠요?”
“다니엘. 또 뭐냐.”
“곁에서 앉아서 책 읽어도 돼요?”
많은 시간이 흘렀다. 계절이 바뀌어서 다음 계절로 넘어가는 정도의 시간이. 그 시간동 안 울고 또 울고. 우는 시간이 많지만, 이제는 조금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떨어지지 않아서 제 곁에서 자던 아이들을 다른 방에 재우는 것에 성공했다.
물론 아직 자신이 재워주고 나와야 한다는 것이 따라오지만 말이다.
“이안은?”
“형은 책을 가지러 갔어요.”
“그래. 뭐 그래라.”
밝게 웃으면 제 곁에 앉아있던 소파 옆에 자리 잡았다. 이제는 말도 걸고 웃기도 하네. 달달한 홍차를 마시면서 흘긋 다니엘을 바라보았다. 무엇이 그리 좋은지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오늘은 안 나가요?”
“그래. 딱히 사냥이 잡힌 것도 아니고.”
“정말요?!”
“그… 그래.”
웃으면서 다니엘이 소파 위에 일어났다. 정말이죠? 계속 같은 것을 물어보았다. 그렇다고. 그러다가 다쳐 앉아. 까르륵 웃으면서 소파에 풀썩 앉았다. 그리 좋은가. 심드렁한 반응으로 보던 그는 뛰는 발걸음에 돌아보았다.
“이안! 그렇게 뛰다가 다친다고 했지!”
“일렉! 안 나가요?”
“야 내 말 못 들었냐?”
“형! 일렉 안 나간데!”
“야! 이것들이 진짜”
책을 들고 뛰어온 이안이 그 말을 듣고 웃으면서 일렉에게 왔다. “정말요? 안 나가요?” 싱글벙글한 웃음에 한숨을 쉬고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야호! 형제가 일렉의 앞에서 방방 뛰었다. 내가 안 나가는 것이 그리 좋은가. 자신은 잘 모르겠다는 듯이 심드렁한 반응으로 마시던 차만 마실 뿐이다. 그의 무릎에 책 한 권이 올라왔다.
“뭐야?”
“책 읽어줘요.”
“뭐?”
“책이요!”
“야 너희들 글 읽잖아.”
“일렉. 읽어주면 안 돼요?”
똑같이 생긴 아이 두 명이 양쪽으로 읽어달라고 떼를 쓰기 시작했다. 아. 그냥 나간다고 할걸. 후회가 가득한 생각을 뒤로하고 일렉은 동화책을 열었다. 어디보자. 동화책의 내용은 응?
“야 너희들이 뱀파이어인데. 드라큘라 동화책은 뭐냐 동족정보 수집이냐? 웃기는 놈들 일세.”
어이가 없는 동화책이다. 이런 책도 있었나. 책을 읽고 싶다고 해서 서점에 데려가 사 온 동화책들 하나인데 이런 것이 있는지 몰랐다.
이걸 읽어야 하나. 반짝이는 눈을 보고 일렉은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다.
“뭐야 드라큘라 사랑 이야기라니 뭐 이런 경우가 있어!”
“무드 없어요. 일렉.”
“다니엘 조용히 해.”
“일렉. 손은 잡아보기는 했어요?”
“야! 이안. 죽는다. 너!”
이딴 동화책이 어디 있어. 동화책을 휙 던져 놓고 “저거 버려라”라고 말했다. 형제둘이 툴툴거리면서 동화책을 정리하면서 그에게 물어보았다.
“일렉. 뱀파이어랑 인간이 같이 못살아요?”
“뭐 어느 정도는 살기는 해 권속으로 들어가면.”
“진짜요?”
“그래. 권속으로 들어가서 사는 것을 몇 번 봤으니깐.”
“정말요?”
그러고 보니 뱀파이어에 대해서 아이들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말 나온 김에 말이나 해줘야하니. 일렉은 그리 생각하면서 아이들을 불러서 소파에 앉혔다.
“잘 들어 한 번만 해줄 테니깐.”
“뭘요.”
“너희에 대해서. 알겠냐?”
“우리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일렉을 바라본 두 쌍의 눈에 그는 입을 뗐다. 어차피 언젠가는 여기를 떠나 다른 곳으로 가야 할 아이들이다. 미리 교육하는 것이 좋겠지.
“뱀파이어는 계급이야. 순혈이냐 아니면 잡종이냐 여기서 잡종은 인간이었다가 뱀파이어가 된 것들이고 순혈은 순수하게 뱀파이어계의 귀족같은 존재야. 여기서 우리가 사냥하는 것은 잡종이고. 순혈 뱀파이어는 사냥하기에는 위험하거든 그 녀석들도 청소한다고 생각하고 내버려두는 상황 이고. 그 세력균형으로 지금 이리 살고 있고.….그리고 어 또 뭐있지.”
“일렉은 바보에요?”
“시끄럽다 이안. 진짜 저 녀석 왜 저리 변했어. 그리고 뱀파이어에게는 성장통이라는 시기가 있거든. 유아에서 아동, 아동기에서 성인으로 변하는 그 시기가…. 잠깐 너희들 성장통이 언제야.”
“몰라요!”
“몰라요!”
“야 이것들아!”
순간적으로 생각난 시기에 닦달하는 듯이 아이들을 캐물었다. 하지만 대답은 처참했다. 그 저택에는 어느 순간부터 있었고 부모님은 누구인지도 모른다고 했다. 아 짜증 나. 시기를 알 수 없으니 대책을 세울 수 없었다. 망했네. 그는 골치 아픈 일이 발생했다는 것을 알았다.
“너희들 무엇인가 이상하다 싶으면 당장 말해라 알았지?”
“이상하다는 기준이 뭔데요?”
“그. 나도 몰라.”
헌터로서의 지식은 여기까지였다. 나머지는 직감에 맡길 수밖에 없나. 한숨을 푹 쉬는 일렉의 품을 파고드는 아이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무심코 본 창문으로 보이는 하늘이 비가 내릴 것 같이 어두워졌다.
“비가 오려나.”
비 오는 날에는 언제나 악몽이 찾아왔다. 오늘은 꼭 문을 잠그고 자야겠다. 아이들을 토닥이면서 일렉은 생각했다. 흐지부지 넘어가는 교육에 이어서 일렉은 또 다른 동화책을 읽어주었다. 몇 번이고 읽었던 책인데 무엇이 그리 좋을까. 애들은 잘 모르겠어.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유가 자신이라는 것은 전혀 생각하지 않은 그였다.
“―”
들리지 않는 자신의 본명. 변하지 않는 들판. 올리비아 너는 이제 나에게 웃어주지 않아. 올리비아. 올리비아. 잃어버린 자신의 반쪽이여. 너는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니? 발끝에서 올라오는 덤불에 숨이 막히기 시작했다. 올리비아. 너는 나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니?
“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 죄책감 때문에 그 아이들을 이용하니?”
허억-. 거칠게 숨 쉬어졌다. 온몸이 떨려왔다. 겨울이 온 만큼 시리도록 추운 한기가 몸속에 들어왔다. 올리비아. 울면서 말하는 너의 이름. 나는 너를 보고 싶으면서 무서워. 네가 나에게 무슨 말을 할지.
“올리비아.”
그의 울음이 가득한 외침이 방안을 강하게 울렸다.
“일렉. 울지 마요.”
“우리가 있잖아요.”
말갛게 웃는 두 아이가 우는 그를 달랬다. 그의 소리를 듣고 억지로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이 다행이었다. 처음으로 보는 그의 눈물. 다가온 온기에 그의 울음은 커졌다. 시트 자락을 잡은 그의 손이 하얗게 변했다. 무엇을 그를 그렇게 힘들게 하는 것일까?
무엇이 그를 이렇게 슬프게 만들었을까? 녹색은 가라앉았고 아이들은 그를 꼭 안아주었다.
“우리는 서로밖에 없는 존재네요.”
변하지 않는 진리. 울고 있는 그에게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의 입속에서 나오는 말은 오직 한 문장이었다.
“올리비아 미안해.”
올리비아. 그의 죄책감이 표현되는 그녀의 이름. 중얼거리는 듯이 말하는 그의 사과에 아이들은 그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오늘은 그의 곁에서 자야겠다. 아이들은 서로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일렉의 침대로 들어갔다.
“일렉. 괜찮아요.”
“우리가 계속 곁에 있어줄게요.”
그를 억지로 눕히고는 토닥였다. 그가 언제나 우리에게 해주던 토닥임을 잘 자요. 일렉. 그에게 들리지 않는 우리의 외침을. 그리고 잊지 말아요. 당신 곁에 남아있는 것은 우리라는 것을. 그녀가 아니라 바로 우리라는 것을 잊지 말아요. 착하고 불쌍하고 아름다운 그대여.
*
“일렉!”
“그래.”
변하지 않는 아침이 왔다. 아이들은 자신의 악몽에 관해서 묻지 않았다. 그것이 고마웠다. 묻지 않았으면 좋겠다. 영원히. 그 아이들이 자신을 떠날 그날까지 영원히. 침대에 남아있는 온기에 익숙해지면 그 온기는 나를 죽일 것이다. 나약한 인간인 나에게는 온기는 독인 것을.
“너희들.”
“왜요?”
“아니야. 아무것도.”
“일렉.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 아니에요?
“아니야.”
‘언제 떠날래?’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미안해. 미안해. 비겁하고 나약한 인간이어서. 나는. 나는 죄책감 때문에 너희를 데려왔어. 올리비아와 내가 생각나는 너희들이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추악하고 냄새나는 죄책감을 가진 나를 용서해라. 미안해. 너희를 이용해서 미안해. 말하지 못하는 나의 사과를 영원히 알지 못할 너희들에게 신이 함께하기를. 내가 보낼 수 있는 최고의 찬사를.
“일렉.”
“미안. 나갔다가 올게.”
요즘 그가 집을 비우는 시간이 늘었다. 악몽. 그 이후 일렉은 조금씩 우리를 피했다. 마치 온기에 익숙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상처 입은 맹수처럼 우리들을 피하기 시작했다. 일렉. 일렉. 가지 마요. 우리들의 세상. 우리들만의 세상. 세상의 모든 것이 당신인데 어찌 우리를!
이리 할 거면 우리를 구해주지 말아야지.
이리 할 거면 우리에게 웃어주지 말아야지.
이리 할 거면 우리에게 이름을 불러주지 말아야지.
이리 할 거면 우리에게 손을 내밀어 주지 말아야지.
처음으로 우리가 작은 것이 후회스러웠다. 우리가 컸다면 당신을 잡지 않을까? 우리가 컸다면 울고 있는 당신을 안아주지 않을까? 꼬리와 꼬리를 무는 만약이라는 질문이 머릿속으로 어지럽게 말했다. 아팠다. 우리를 떠나는 당신을 생각하니 가슴 한구석이 아려왔다. 일렉. 애정이라는 감정을 알게 해준 당신이여 어찌 당신은!
“일렉. 우리를 버리지 마요.”
우리 둘만 존재하는 집안에서 울려 퍼지는 후회와 공포 그리고 그리움의 표현이여. 우리에게 다시 돌려줘. 우리의 곁에서 웃고 있는 그를! 돌아와라. 우리의 세상이여. 돌아와라. 웃고 있는 당신이여. 돌아와라. 우리의 애정이여. 지금이라도 저 문을 열고 돌아와라.
“일렉. 우리는 당신을 원해요.”
뱀파이어에게 태양은 하늘에 떠 있는 해가 아니라 애정을 주는 존재였다. 태양이 없는 곳에서 어찌 우리는 자라겠는가? 일렉. 우리들의 태양이여.
“우리의 후회와 그리움 그리고 애정의 당신이여.”
그날 우리 형제는 알 수 없는 열병에 시달렸다.
*
“미치겠네.”
집에 돌아오니 아이들이 아파하고 있었다. 빨갛게 물든 얼굴로 애타게 자신을 부르면서 칭얼거리는 아이들을 보고 놀라서 어찌할지 몰랐다. 인간이 아닌데. 뱀파이어인데. 뱀파이어도 병에 걸리나?
“일렉. 일렉 나 아파요.”
“그래. 알고 있어. 이안 착하지 울지 말고.”
“왜 이렇게 아파요?”
“다니엘도 울지 말고 여기서 울면 더 아프니깐 응?”
아픈 와중에도 자신을 품을 파고드는 아이들 때문에 자신도 정신이 없었다. 병원? 뱀파이어다. 분명 살해당할 것이다. 미안해. 누워있는 아이들의 머리를 넘겨주면서 중얼거렸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물수건을 올려주는 것밖에 없었다.
“일렉. 이제 어디 안 가죠?”
“너 여기서 무슨….”
“우리 두고 어디 안 가죠?”
“…. 그래 어디 안 갈게.”
이 순간에도 아이들은 자신을 찾았다. 나는. 나는 너희들이 그리 찾을 필요 없는 인간이야. 물수건을 옮겨두던 자신의 손을 잡고 아이들은 웃어 보였다. 스멀스멀 피워 오르는 죄책감에 그는 죽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계속 옆에 있을 거야. 어서 자.”
처음으로 아이들의 이마에 입맞춤을 남겼다.
열병에 어지러운 와중에 이마에 느껴지는 온기에 그들은 행복했다. 일렉. 일렉. 우리들의 태양이여. 얼른 자라서 당신을 품에 안고 싶어요. 그대를 안은 상태에서 햇살처럼 따사로운 그의 눈가에 입을 맞추고 싶고 당신의 목덜미에서 달콤한 초콜릿같이 녹아내리는 체향을 맡고 싶어요.
*
“일렉.”
잠시 잠이 들었다. 의자에서 졸던 일렉은 처음 듣는 목소리에 놀라서 깨어났다. 누구? 어리둥절한 일렉의 눈앞에 있는 것은 똑같이 생긴 청년 두 명이었다. 침대 위에서 당신을 바라보고 있는 청년 두 명.
“뭐야 너희들!!!”
“일렉!”
동시에 자신에게 뛰어든 청년 두 명에 일렉은 뒤로 넘어졌다. 키도 몸집도 자신보다 큰 이 두 명은 도대체! 말갛게 웃고 있는 익숙한 초록빛. 설마 아니겠지. 설마. 자신들의 큰 몸집은 생각하지 않는지 점차 자신에게 기대는 무게에 끝내 그들에게 깔렸다.
“일렉. 일렉.”
“야야. 잠깐만!”
“일렉. 다시 못 보는 줄 알았어요.”
“야!”
제발 진정 좀 해. 바닥에 부딪혀 욱신거리는 등과 뒤통수에 일렉은 앓은 소리를 내면서 기절했다.
“일렉!”
“일렉!”
기절한 일렉을 보고 이안과 다니엘은 놀라서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제서야 자신들한테 깔린 일렉이 눈에 보였다. 기절한 일렉을 들어 올려 침대에 눕혔다. 생각해보니 자신들은 옷도 작아서 거의 맨몸이라는 것도 알았다. 으음. 알몸의 두 남자가 깔아뭉갠다. 일렉이 기절할만했네.
“일렉. 우리가 자랐어.”
“이제 당신을 안아줄 수 있어.”
기절한 일렉의 손을 잡고 형제는 웃었다. 아이는 자라 어른이 되었고 이것은 모든 것을 시작하는 시작점이었다. 우리 곁을 떠나지마. 일렉 우리들의 태양이여. 그 따사로움으로 우리를 비춰줘요. 우리에게 길을 보여주는 태양이여. 그대에게 최고의 찬사를. 그의 손등에 입맞춤을 남기는 형제는 웃었다. 어린아이가 아닌 모든 것을 다 아는 어른의 미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