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의는 @llewellyn_onyx 나 sinsayer666@naver.com 으로 부탁드려요
- 다양한 스펙트럼의 무영소라 커플링 연성을 볼 수 있습니다>.0★
- 달달함부터 시리어스, 집착까지!
통판폼 작성 및 입금기간 : 17.01.16~ 17.01.25
표지
이하는 샘플페이지(발음 기준 가나다 순 배열)입니다
[ 글 : 가온뉘, Nokka]
실제로도 둘 사이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무영과 소라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쑥덕이던 사람들도 문자 그대로 친한 누나동생 사이에서 1mm도 벗어나지 않는 모습을 겪으며 그냥 그런가보다 했고, 소라의 부모님이나 소라 본인까지도 농담조로 사모님 소리 듣게 해주는 건 어떠냐고 놀려댔으니.
“방금 저 사람하고 사귀는 사이?”
그래서 무영은 소라를 바래다주고 온 제게 쌍둥이가 무턱대고 던진 질문이 익숙하면서도 참 오랜만에 듣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제 쌍둥이를 가능한 한 최소인원에게 보이고 말자 싶었지만 상황이 이상하게 꼬이는 바람에 사정이 바뀌었고, 부모님을 비롯해 소라 누나처럼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호―이그나지오를 소개하는 편이 나을 거라고 판단했다. 마침 소라에게서 간만에 보자는 연락도 왔으니 바로 해치울 요량으로―어감이 이상했지만 별 수 없었다―서로 소개를 시켰더니 나온 반응이 저거다.
예상 못한 것도 아니었지만, 어째 저와 소라를 처음 본 사람마다 저걸 묻는지 싶기도 했다. 제 표정이 어디가 뚱했던 모양인지 지금까지 옆에 얌전히 앉아있던 마루가 급하게 자세를 고쳐 앉았다. 저런 식으로 허둥대는 모습을 봐온 게 한두 번이 아닌지라 손짓으로 다시 앉혔지만.
“나 화난 거 아냐, 강마루. 어쨌든, 소라 누나랑은 그냥 잘 아는 누나동생 사이야. 네 생각처럼 사귀는 거 아니고.”
“흐음―.”
“내 대답이 맘에 안 드는 모양인데, 아닌 건 아니야.”
일말의 가능성도 단호하게 쳐내는 무영을 이그나지오는―호는 저런 반응을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영 석연치 않다는 시선을 던졌으나 그에 따른 반응은 없었다. 호와는 달리 장난기도 많고 부러 엇서고 뻗대는 감이 있는 이그나지오라지만 스스로가 공언한대로 ‘신무영의 편’이기 때문에 신변에 위협이 갈만한 게 아니라면 그냥 묻고 넘어가는 쪽이었고 이 화제도 그 중 하나가 된 듯 했다.
“뭐, 신무영 씨가 그렇다면야~.”
암묵적으로 합의를 본 침묵은 짧았다. 금방 다른 화제로 옮겨서 이것저것 떠드는 이그나지오는 심지어는 사람은 좋아하지만 낯가림이 있는 마루의 입을 열게했다. 진득하게 따라붙는 시선을 무시하며 무영은 속으로만 내놓을 뻔했던 말을 삼켰다.
막연한 감은 있었다. 예전부터 찰나에 스치는 시선과 잘게 가라든 침묵 사이에서 서로가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쯤은. 온기를 느낄 수 있지만 손끝이 닿기엔 아슬아슬한 그 거리를 지켜야만 한다고, 내심 겁쟁이인 저는 그렇게 스스로를 납득시키고 눈을 감고 길을 더듬을 뿐이라고.
"어디 안 좋아?"
자신과 똑같은 목소리가 뒤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아까 전, 어떻게 하면 사람 팔을 예쁘게 썰어버려야 한다, 어쩐다 노래를 부르던 사람은 어디로 가고 제 형제를 보물처럼 아끼는, 모를 사람만 서 있었다. 무영은 익숙하다는 듯 머리끈을 잡아 풀었다. 어깨를 스치던 머리카락은 끈이 사라지자 날개뼈를 가볍게 쓸어내린다. 멈춰버린 채로 얼마나 시간이 가 버린 건지.
"괜찮아."
낡아버린 시선은 창밖을 바라봤다. 그 희미하게 걸쳐진 시선은 어디를 보고 있었는지, 저 멀리 산의 나뭇잎 하나까지도 하나하나 다 포착할 수 있는 무영은 눈을 느리게 끔뻑거렸다.
"호, 있잖아."
"듣고 있으니까 말 해, 랑아."
기억나지 않을 어린 시절의 그 말투로, 어린아이 응석 부리듯 감았던 눈을 떠 호를 바라봤다. 백 퍼센트 차차웅의 입장에 설 수 있는 너와 이미 돌이키기에 늦은 나는 어떡해야 할까, 나는 그 사람의 옆에서 계속 있고 싶은데.
"정화는 꼭 막아야 하는 걸까?"
"그러게, 필요한 걸까?"
"인간들을 위해서라는데."
"그럼 정화를 막으면 우리에겐 무엇이 돌아올까?"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잠깐 작게 고개를 젓는 소리만 들려왔다. 짜증을 내면 내거나, 아니면 금방 치료될 상처들을 만들어 내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것이 형제에게 붙어버렸다. 목표에 의문을 제기하는 순간 동요는 반드시 온다. 호에게는 왕의 눈을 피해 그 누구에게도 관여하지도 않고 사라질 기회로 보였다. 랑이 아프지 않고 형제와, 그 주변 사람들만 보고 살 수 있는 기회. 호가 입을 열자 무영도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