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ot13.tistory.com/355 에서 썼던 왕녀 주지아 X 호위기사단장 아이샤 AU입니다 여기에 파이널판타지14에서 사용하는 설정 일부를 가져오는 것으로...(에테르=마력)
잔금이 가는 권력은 언제나 암투를 불러왔다. 굳이 역사책을 뒤질 필요도 없이 이 나라의 세 번째 왕녀 주지아가 지금 실시간으로 겪고 있는 일이기도 했다. 거미가 제 거미줄에 무언가 닿았다는 진동을 느끼듯, 지아는 자연스레 눈을 떴다. 인기척이 어디보자, 하나, 둘, 셋―.
‘쥐새끼가 네 마리.’
간만에 담이 큰 놈들이 온 건 아닐까. 지아는 누운 그대로 입가만 비틀어 웃었다. 평소라면 바로 옆에서―엄밀하게 말하면 옆방이 있지만 아이샤가 그곳에서 자는 일은 드물었다―선잠을 자던 저의 호위기사단장이자 애인이 먼저 일어나 상황은 애진작에 끝났을 테지만 오늘은 안타깝게도 그녀가 부재하는 밤. 성도 외곽에 나타난 마물을 사냥하는 데에 아이샤의 힘이 필요한 탓이었다. 대놓고 화려한 행렬로 떠나갔던 게 어제 이른 새벽이었으니 정적政敵은 호위를 잃은 거미 여왕은 무력할 것이라는 판단을 내린 모양이었다. 부리는 수족은 많아도 바로 곁에 두는 사람이 적은, 성격 까탈스러운 왕녀였으니 무리는 아니었다. 문제는 딱 거기까지만 머리가 돌아간다는 점이지.
지아는 제게 살금살금 다가오는 기척의 손에 들린 암기暗器를 짚어내고 무언無言으로 캐스팅을 끝낸 마법을 발동했다.
“!?”
어둠 속에서 깊은 자주빛 에테르가 뱀처럼 넘실거렸다. 시각화될 정도로 강력하게 뻗어 나온 고유색이 거미줄처럼 너르게, 순식간에 퍼졌다. 옴짝달싹 못하게 사지를 묶인 암살자들이 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났다. 지아는 조소를 깊게 베어 물며 몸을 일으켰다.
“이런 건 처음이지?”
이 나라 최고의 마법사가 지어보이는 웃음은 웬만한 날붙이보다 서늘했다. 암살자들은 이제 저희가 죽은 목숨이라는 걸 알았다. 꿀꺽, 마른 침이 목울대를 넘었다. 뭉게뭉게 피어올라있는 주지아에 대한 소문들이 머리를 스쳤다.
☪
오래간만에 푹 자고 일어난 기분이었다. 아니, 기분 탓만은 아니었다. 어젯밤과는 달리 익숙한 기척이 곁에 서있었다. 절대로 놓치거나 착각할 리 없는 단 한 명의 에테르니까. 지아는 그야말로 맑게 갠 웃음을 지으며 아침인사를 건넸다.
“좋은 아침.”
“좋은 아침이에요. 아니, 이게 아니라, 지아 씨. 대체 이것들은 뭐예요?”
태연한 인사에 아이샤는 저도 모르게 언제나처럼 말을 받았다가 단박에 도리질을 치며 천장 한구석을 가리켰다. 굳이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 손가락질로 위치를 가리킨 이유야 뻔했다. 누가 보더라도 네 명의 사람, 그것도 자객을 마법으로 띄워놓을 사람이 여기에 주지아 왕녀 외에는 누가 있겠느냐는 확신이 있으니까.
“내 천사님이 떠나있는 동안 기어들어온 쥐가 있길래 잡아놨지. 어때? 칭찬해줄래요?”
“칭찬은 무슨 칭찬이에요!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부르라고 아티팩트까지 맡겨놓더니. 이런 줄 알았으면 그냥 바로 돌아올 걸 그랬어.”
고양이가 잡은 쥐를 내어놓고 뿌듯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듯한 지아의 얼굴을 보면서 아이샤는 괜히 속만 태웠다. 주지아의 능력이라면 사실 제 몸 하나 충분히 건사할 수는 있다는 걸 알아도 이런 위태로운 짓을 벌일 때는 심장이 몇 개라도 모자랐다. 도대체 자기를 죽이러 온 암살자를 공중에 매달아놓고 다시 자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어쨌거나 지아가 저들을 여태껏 살려두었다면 나름의 이유가 있는 셈이었다. 아이샤는 마법으로 숨겨둔 무구를 꺼내야하나 고민하며 에테르 거미줄에 매달린 암살자와 왕녀의 사이에 섰다.
“왕녀님, 심문은 아직인가요?”
“또 딱딱하게 말하네. 음, 당연히 아이샤랑 같이 하려고 남겼지. 시작할까? 우후후.”
“시작하죠. 일단 흔들기부터 부탁드립니다.”
올 것이 왔다는 생각에 가뜩이나 안색이 나쁘던 암살자 넷의 얼굴이 희게 질렸다. 이 업계에서는 주지아 & 아이샤의 고문이 엄청나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살아 나갈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후로 이 두 사람에게 관련된 임무라면 천억금을 주어도 절대로 거절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엄청난―.
갑자기 눈앞이 흔들렸다.
“일단 가볍게 삼 분만 흔들려보자?”
“바닥을 더럽히면 그 때는 목을 딸 거야.”
위아래 좌우로 움직이는 지아의 손끝에 따라 온 몸이 휙휙 돌아갔다. 돌 많은 길을 지날 때의 마차를 탔을 때 느끼는 멀미와는 차원이 다른 움직임이었다. 이러다보면 분명 멀건 위액이라도 게울 테지만 어느새 목 아래에 대기한 검이 서느랬다.
아, 왜 이 두 사람의 고문이 지옥보다 더 하다는 지 드디어 알 수 있었다.
[ 코멘트 ]
암살자 매달아놓고 쉐킷쉐킷하며 고문하는 지아누님과 아이샤누님...상당히 무해하지만 효과적으로 사람을 고문할 줄 안다고 생각합니다!(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