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놉 : 1학년 하반 친구들의 도움으로 교실에 둘만 남게 된 단조와 헤다유. 단조는 헤이다유에게 마음을 전하기 위해 용기를 내지만 헤다유는 단조에게 엄청난 숙제만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지는데...!
사족) 원고 진짜 훈훈하고 귀엽읍니다(mm 보여드리고 싶다...!!!
* 소설파트는 제가. CP는 센몬센, 인데 제가 기본적으로 센몬에 리버시블 가능이라:0...논컾으로 읽을 수도 있읍니다
요약 : 사납게 싸우던 6이구미 조에게 떨어진 학원장 특명, 공과 사는 철저히 구분하면서도 서로를 인정하는 엘리트 6이를 보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표지샘플
- 흑백버전, 현재 각시붕어님이 샘송모니터와 격투를 벌이고 있읍니다...샘송 나빠여... 실제로는 컬러로 들어갑니다
그림파트 샘플
소설파트(아교阿膠) 샘플(약 1/3?)
원래 낮에 해 떠있는 동안에 같이 노는 친구들끼리도 툭하면 싸우는 법인데, 일주일 이십 사 시간 쉬지 않고 머리를 맞대고 사는 기숙사 동실이 싸우지 않을 리가 없었다. 특히나 이제 만으로 6년에 접어드는 6학년들은 더 심했다.
가뜩이나 서로의 약점 장점을 잘 아는 사이라서, 얼마나 손속을 독하게 해도 서로가 이쯤은 피하리라고 생각하다보니 유독 6학년 끼리의 쌈박질은 남들 눈에는 '너 죽고 나 죽자' 식으로 보이기 마련이었다. 뭐, 그래봤자 동급생들이나 선생님들 눈에는―좋게 쳐줘도 바로 아래 학년인 5학년까지―쟤들이 싸우는구나, 이사쿠와 니노 선생님이 고생 좀 하겠구나, 쯤으로 가볍게 넘길 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상급생 기숙사 앞마당에서 보록화시가 터지고 쇠붙이끼리 부닥치는 소리와 한껏 높아진 언성이 쨍쨍하게 울려도 별달리 이상할 게 하나도 없다는 뜻이었다.
"이런 멍청한 자식 같으니라고!"
"몬지로 네놈이 내게 그런 소리를 하기엔 아직 백 년은 이르다!"
"백 년은 무슨 놈의 백 년? 십 분, 아니 십 초면 충분하거든?!"
몬지로가 원래 목청을 높이는 일이 잦다지만 저렇게 막말을 내뱉는 타입도 아니고, 학원 내에서 가장 냉정한 사람이라고 불리는 센조가 한껏 악다구를 지르면서 열을 올리는 모습 자체는 하급생들에게는 아주 희귀하다 못해 지구가 멸망할 일과도 같을 테지만 정작 5학년, 6학년들은 가끔씩 봐왔던 일상의 한 장면인지라 별달리 말릴 생각도 없이 구경이나 하고 있었다.
"두 사람 다 적당히 해~ 이번 달 남아있는 약이 넉넉한 건 아니거든. 예산 늘려줄 생각이면 얼마든지 더 다쳐도 좋지만."
"―보건위원이 그런 소리해도 되는 거냐, 이사쿠. 됐고, 시오에 네놈도 그렇고 센조 너도, 늬들이 부순 건 다 늬들이 치워라!!"
"어라, 타치바나 선배하고 시오에 선배가 싸우는 건 좀 오랜만이네요. 그건 그렇고, 나카자이케 선배. 후쿠토미 씨 쪽에 요청했던 책이 들어왔어요."
"……."
"앗, 쵸지 일하러 가? 센쨩, 몬지― 우리 그만 갈게!"
태평한 소리를 하며 그저 웃는 이사쿠와 피해견적을 내다가 때려치우고 자기네들이 알아서 하겠지 싶어진 토메사부로는 전병을 오독오독 씹으며 무언으로 누가 이길지 내기를 걸었고, 잠깐 6학년 기숙사에 들린 라이조―사부로가 안 붙어있는 걸 보니 정말로 잠시 나온 모양이었다―가 신명나게 싸우는 이구미를 보고도 그냥 태평하게 오늘도 평화롭네요, 하면서 제 할 말만 전했다. 날짜가 그렇게 되었느냐고 중얼거린 쵸지는 망설임 없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고 그런 쵸지를 따라 코헤이타도 벌떡 일어났다.
라이조의 말대로 센조와 몬지로의 싸움―이라 쓰고 볼거리라고 읽는다―은 오랜만에 보는 거였지만 아주 흥미로운 건 또 아니었다. 솔직히 6년 내내 이어지는 레퍼토리였고, 닌무忍務 때와는 달리 화려하게 싸우는 게 눈요기가 되어서 보는 것 뿐이니까.
"―그럼."
"잇쨩, 토메 우리 갈게~"
"안녕히 계세요, 선배님들."
"응, 잘 가~"
"아, 그래. 코헤이타. 이따 우리 애들 보면 용구위 오늘 쉰다고 전해주고, 하마 걔만 나 좀 따로 보자고 해줘."
“오케!”
콰광, 하고 기숙사 앞마당이 박살나는 중에 나누는 대화는 지나칠 정도로 태연하고 평화로운, 여느 때와 같은 인술학원의 일상이었다.
*
누가 이길 것인지에 대해 내기를 건 6학년 하구미에게는 김빠질 일이었지만 센조와 몬지로의 싸움은 결론이 나지 못하고 중단됐다. 서로 막타를 날리려는 순간에 둘 사이에 뭔가가 확 끼어든 탓이었다. 방해자는 헤무헤무였다. 마지막 전병을 오독 씹던 이사쿠와 케마는 동시에 아깝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이 레퍼토리가 가리키는 건 늘상 하나였으니 불똥이 튀기 전에 자리를 피하는 게 상책이었다. 교장선생님이 하달한 닌무忍務는 대체로 달가운 내용이 아니었으니까.
갑자기 김이 팍 새어버린 탓에 센조도 몬지로도 무기를 품에 갈무리했다. 해가 기운 정도를 보니 얼추 잡아 두 시간은 넉넉히 날을 세웠던 것 같고, 이쯤이면 상대가 먼저 나가떨어질 때까지 관성으로 무기를 휘둘렀을 테니 차라리 헤무헤무가 제대로 끊어준 게 더 도움이었다. 다만,
"헤무!"
"교장선생님이 갑자기 왜 부르신 거래."
"그래, 헤무헤무. 교장선생님은 나를 부른 것이냐, 아니면 저 몬난 놈을 부른 것이냐."
"타치바나 네놈...!"
몬지로가 머리를 긁적이며 옷에 묻은 먼지를 털었다. 울컥하긴 했어도 센조의 어그로는 이건 단지 휴전에 지나지 않는다는 신호 같은 거여서 더 받아칠 의욕도 없었다. 한동안 냉전이 계속 되리라는 생각은 해둬야 할 것 같았다.
"헤무헤무!!"
"응? 뭐?"
"우리 모두라니?"
둘 중 하나를 불렀겠거니, 싶었는데 의외의 말이 떨어져서 센조와 몬지로 두 사람은 순간 고개를 쳐들고 서로를 보았다가 바로 고개를 돌렸다. 얼핏 이 가는 소리까지 들린 것이 영 거슬렸다. 기분 나쁜 건 피차일반인데.
*
심기가 불편한 건 서로 마찬가지였지만 공과 사를 그르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위원회 일은 그 경계선에 걸린 일이었고 지나치게 진심으로―학교장 명령으로 떨어진 개인 닌무忍務 같이―나가버리면 저학년 후배들이 겁먹을 수 있었기에 어느 정도 그 선을 휘저어두고 사리는 데가 있었다지만, 이렇게 개인적으로 맡겨지는 일이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닌타마라고는 하나 최고학년은 이미 어엿한 준 프로였고 프로닌자라면 누가 뭐래도 공적인 일이었다.
이건 최종적으로 살아남은 이구미 두 사람의 일이 아닌, 타치바나 센조와 시오에 몬지로 개개인의 일이었다.
교장선생님의 방에 정좌하고 앉은 두 사람은 주변에서 선생님 몇 분이 다른 학생들이 지나가거나 혹여 침입한 닌자가 있을까 싶어 망을 보는 기척을 느끼고 이번 일은 '갑작스러운 발상'이 아니란 걸 확증했다. 저절로 마른침이 넘어갔다.
"그래서 오늘 자네 둘을 부른 이유는―이 건 때문이네."
"흐음."
"기한은 일주일입니까."
저희들 앞으로 내밀어진 지령서를 요약하면 소로반 마을(1)이 지금 심상치 않은 분위기라고 하는데, 그 배후를 찾아 필요하면 해결하고 오라는 내용이었다. 굳이 저 능구렁이 같은 사람이 ‘필요하면’ 같은 단어를 사용했다는 것은 배후는 확실하게 존재하고, 그 우두머리를 없애고 오라는 말과 동일했다. 결국 이 지령은 탐문과 잠입 필요 시 암살까지 고루 갖춘, 상당한 난이도를 자랑하는 셈이었다.
(1 : 算盤(そろばん) 주판. 이 글은 절대로 무거운 글이 아닙니다(mm)
하지만 이 정도는 이구미인 저희라면 충분히 할 수 있었다. 그 발언이 이로하 대항의식이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었고, 다만 지금까지 쭉 지켜온 투톱으로서의 자존심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건 저 혼자서도 끝낼 수 있다는 소리는 할 수 없었다. 혼자서 처리하기에는 리스크가 분명히 컸고, 딱 저희 둘이어야 무난히 끝낼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하필 이 녀석과 함께 해야 하는 상황이 문제라면 문제였지.
다시금 시선이 마주쳤지만, 찰나에 비껴나갔다.
“존명.”
“존명.”
*
닌무忍務는 그 존재 자체도 비밀인 경우가 많았다지만 6학년들끼리는 대강 상황과 감으로 어림셈을 하곤 했다.
보건실에 들린 센조는 이사쿠가 그럴싸한 이유를 붙여가며―틀림없이 다른 보건위원 후배들 탓일 텐데―상비약을 건네줬다. 정확히 두 명이서 쓸 분량의 무게에 헛웃음이 튀어나올 뻔했지만 애써 표정을 수습했다.
“학년 실습 정찰이니까 무리하지 말고.”
“내가 무리 같은 걸 할 사람으로 보이다니, 이사쿠 너도 참 나를 모르는 것 같구나.”
“음, 글쎄. 난 잘 안다고 생각하는데? 적어도 몬지로하고 있을 때의 너라면.”
“……그래, 뭐. 그러면 나중에 또.”
“응. 다녀와서 다친 데 있으면 바로 오고.”
싸움의 연장선에서 행동하면 안 된다는 친우의 은근한 충고에 센조는 어깨를 으쓱했다. 뭘 몰라도 모르는구나, 이사쿠. 일은 일이란다. 그 말을 뱉지는 못하고 알겠노라고 답하고 자리를 비웠다. 몬지로 같은 것 따위는 헛걸음이나 하라지.
*
몬지로는 애초에 보건실에는 들릴 생각이 없었다. 타치바나 센조가 먼저 갔을 게 분명한데 왜 제가 굳이 가야한단 말인가. 게다가 사람 좋은 이사쿠가 제 몫까지 두 명 치를 챙겨줬을 거고.
동실이자 이쯤 되면 육 년 간의 징크스나 다름없는 센조는 남들이 보는 것보다 냉정침착한 사람이 아니었다. 굳이 따지라면 잘 도사린 뱀이었지. 집요하기까지 한.
속이 단단히 뒤틀린 만큼 제가 평상시 준비하는 루트의 상당수를 먼저 처리해서 헛걸음하게 만들 셈이겠지만 자신도 센조를 헛으로 봐온 게 아니었다. 의외로 하나에 집중하면 다른 걸 못 보는 때가 있는 녀석이니, 탐문 수사를 좁히기 위해서라도 자신은 다른 걸 준비할 생각이었다.
“쵸지, 조금 찾아줬으면 하는 자료가 있는데.”
“...뭐길래.”
“―여기에 쓰여 있는 대로.”
쵸지는 몬지로가 건넨 쪽지를 보고 잠깐 미간 새를 찌푸렸다가, 원래의 무표정으로 돌아갔다. 말은 없었지만 따가운 시선에 몬지로는 눈을 피했다. 굳이 이런 식의 정보누설을 해야 했냐는, 무언의 비난이 뼈아팠다. 오 학년의 라이조라면 이 자료로 학원 내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볼 게 뻔했으니, 후배를 감싸고도는 위원장 입장에서는 영 탐탁치 못한 일인 건 틀림없었으니까.
“...과제, 빨리 끝내고 싶어도 이건.”
“나도 조금 룰 위반인 부탁인 건 안다고.”
“...이번만이다.”
“고맙다, 쵸지. 나중에 한 턱 쏠게.”
“앗, 나카자이케 선배. 자료라면 제가 가져오겠슴다!”
“아냐, 괜찮아. 키리마루. 하던 일을 마저.”
“으음, 넵.”
돌려 말하느라 과제 같은 소리를 했더니만 아무래도 자료를 찾는다고 생각한 건지 키리마루가 자원해서 찾겠다고 손을 들었다. 쵸지가 고개를 내젓는 바람에 무산되긴 했어도, 쵸지도 몬지로도 키리마루의 눈치 빠름은 잘 알았다. 어쩌면 이걸로 반쯤은 들켰을지도 모르지. 쵸지의 한숨에 몬지로가 움찔했다.
소로반 마을 주변의 지도와 근 삼십 년 간의 전쟁기록 내지는 우군 닌자대의 정보 따위를 건네주면서 쵸지가 한 마디를 얹었다.
“―화해. 얼른 하는 게 좋아.”
“공과 사를 분리하지 못하고야 어떻게 프로라고 할 수 있겠냐.”
“...하여튼 너희는.”
맥 빠지게 웃는 기미가 있어서 이번에는 몬지로 역시 따라 웃었다. 앞으로 며칠 동안 이어질 센조의 괴롭힘 레퍼토리가 선해서 약간 경직된 웃음이었지만. 어느정도 익숙해졌다고는 해도 이래저래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